지난 3월28일 미얀마 강진 당시 무너진 태국 방콕 감사원 신청사 건물. 왼쪽은 작년 3월말 골조 공사를 끝냈을 당시의 모습이고 오른쪽은 지진으로 무너지는 장면이다. /틱톡, X 캡처

지난 3월28일 미얀마 강진 당시 태국 방콕 짜뚜짝 시장 인근에 건설 중이던 30층짜리 감사원 신청사 건물이 폭삭 내려앉은 일로 태국 여론이 들끓고 있습니다. 중국 철도공정그룹 산하 중철10국이 짓고 있던 이 건물은 골조공사가 마무리된 상태에서 내외장 공사를 진행 중이었는데, 지진 당시 사상누각처럼 무너져 내렸어요.

방콕에는 고층 건물이 즐비하지만, 전체 건물의 95%는 이번 지진을 견뎌냈고, 나머지 건물도 부분적인 피해를 당하는데 그쳤습니다. 지진 규모는 7.7이었지만 방콕은 진앙으로부터 1000km 떨어져 있어 규모가 3~4 정도로 약했기 때문이라고 해요. 건물 전체가 폭삭 내려앉은 건 중국 기업이 짓는 이 건물이 유일했습니다.

중철10국은 중국 국유 기업으로 일대일로의 첨병 역할을 해온 곳이에요. 태국이 2017년 일대일로에 참여하자 2018년 태국에 진출해 인프라 시설과 관공서 등 13건의 관급 공사를 수주했다고 합니다.

일대일로 프로젝트에 따라 해외에 진출한 중국 국유기업은 여러 차례 부실시공으로 문제가 됐어요. 작년 11월에는 세르비아 기차역에서 콘크리트로 된 야외지붕이 붕괴해 16명이 사망했고, 2017년에는 케냐에서 시공 중이던 다리가 무너져 20여명이 부상을 당했습니다. 2016년 남미 에콰도르에 건설한 수력발전소는 1만7000여개의 균열이 발생해 에콰도르 정부가 시공사를 상대로 법적 분쟁을 벌이고 있어요. 일대일로가 부실시공 수출로라는 말까지 나옵니다.

◇‘일대일로 첨병’ 중철10국이 시공

미얀마 강진으로 무너진 감사원 신청사 건물은 30층(137m) 높이로 지난 2020년 착공했다고 해요. 중철10국이 태국 현지 회사의 합작으로 입찰에 참여해 계약을 따냈습니다. 공사금액은 우리 돈으로 900억원가량이라고 해요. 작년 3월말 골조 공사가 끝나고 내외장 공사가 진행 중이었는데, 공정률은 30%였다고 합니다.

붕괴 당시 현지인들이 찍은 영상을 보면 지진으로 흔들리던 이 건물은 5초가 못 돼 아래로 폭삭 내려앉았어요. 건물 안에는 90명 전후의 근로자가 작업 중이었는데, 4월2일 현재 15명이 죽고 72명이 무너진 건물 더미에 갇혀 있다고 합니다.

사고 직후 패통탄 친나왓 태국 총리는 건축 인허가, 설계, 자재 품질 등에 이르기까지 전면적인 조사를 할 것을 각 부처에 지시했어요. 부실시공 논란이 나올 때마다 중국 기업을 옹호해온 중국 정부도 주태국 대사관 발표문을 통해 “태국 정부의 조사에 적극 협력하겠다”고 했습니다.

패통탄 친나왓 태국 총리가 4월2일 지진으로 무너진 방콕 감사원 신청사 현장에서 실종 근로자 유족을 만나러 가고 있다. /EPA 연합뉴스

◇철강재 납품한 곳도 중국계 기업

태국 현지에서는 골조 공사에 들어간 철강재에 문제가 있었다는 보도가 나와요. 붕괴 현장에서 철강재 표본을 수거해 조사한 결과 2개의 표본이 품질 기준 미달이었다는 겁니다.

철강재를 납품한 회사는 신커위안이라는 태국 현지 업체인데 대주주가 중국인이라고 해요. 태국 산업부는 작년 말 이 업체 공장에서 일어난 화재 사건을 조사하는 과정에서 이 업체가 생산하는 콘크리트보강용 강철봉 등이 품질 기준에 못 미친다는 사실을 확인해 2441t의 불량 제품을 압수했다고 합니다. 이 업체는 일대일로 프로젝트로 중국이 건설 중인 중국~라오스 고속철도 공사 현장에도 납품한다고 해요.

건물 붕괴 직후 현지 중국인 직원 4명이 현장 사무실에 들어가 서류철 32개를 들고 나온 것도 논란입니다. 자재 납품 대장 등을 빼돌리려 했다는 거죠. 태국 경찰은 이들을 검거하고 빼돌린 서류철도 압수했습니다.

건물이 수초 만에 폭삭 내려앉은 데 대해 구조 설계에 문제가 있었던 것 아니냐는 분석도 나와요. 2023년 국내 아파트 신축 현장 지하 주차장 천장이 무너져 내렸을 당시 논란이 됐던 무량판 구조로 시공됐을 가능성이 있다는 겁니다. 무량판 구조는 하중을 지탱하는 대들보 없이 기둥과 천장을 바로 연결하는 방식이죠. 베이징 서우두공정공사 출신의 건축기사 리신은 중화권 매체 인터뷰에서 “태국 정부의 내진 설계 기준은 규모 6~7의 지진을 견딜 수 있게 하라는 건데, 규모 3~4 정도에 무너진 건 이해할 수 없는 일”이라면서 “구조 설계에 문제가 있었을 가능성이 있다”고 했습니다.

3월28일 중국 국유기업이 건설 중이던 태국 방콕 감사원 신청사 건물이 지진으로 붕괴된 직후 중국인 직원들이 현장 사무실에서 공사 관련 서류를 빼돌리는 모습. /Thai PBS

◇세르비아, 에콰도르서도 부실 논란

일대일로 관련 부실시공 논란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에요. 작년 11월에는 세르비아 북부 도시 노비사드의 기차역에서 48m 길이의 콘크리트 야외 지붕이 무너졌습니다. 중국철도국제와 중국교통건설공사가 합작으로 3년간 낡은 기차역을 리모델링하는 공사를 진행했는데, 공사가 끝나고 5개월 만에 사고가 났어요. 세르비아는 동유럽의 대표적인 친중국가입니다. 중국 측은 무너진 야외 지붕은 리모델링 대상이 아니었다고 해명했지만, 세르비아에서는 반중 여론이 고조됐어요.

2017년에는 중국 해외공정유한공사가 케냐 서부 부시아 지역에서 건설 중이던 시기리교의 중간 상판이 무너져 20여명이 다쳤습니다. 이 건설회사도 국유기업인 중국철도그룹 산하 회사였어요.

중국 국유기업이 건설한 에콰도르 코카 코도 싱클레어 수력발전소와 파키스탄 닐룸-젤룸(Neelum–Jhelum) 발전소 등은 터빈에 물을 공급하는 터널형 수로에 균열이 대거 발견돼 논란이 됐습니다. 에콰도르는 2021년 시공업체인 중국수리수전건설공사를 칠레 산티아고 국제상사중재위원회에 제소해 분쟁이 진행 중이에요. 2016년 준공식 당시 시진핑 주석이 직접 참석하기도 했던 이 댐은 2023년까지 확인된 균열만 1만7499곳에 이르고 댐 침전물 제거 시스템도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다고 합니다.

2017년 6월 중국철도그룹 산하 국유기업이 케냐 서부 부시아 지역에 짓고 있던 시기리교의 중간 상판이 무너지는 사고가 일어났다. /Nation Media Group
가까우면서도 먼 이웃, 다 아는 것 같지만 이해하기 어려운 중국을 탐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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